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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1

SCV가 이미 같은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왜 그런지 스타크래프트 SCV가 자꾸 생각났습니다. 광물 캐고, 건물 짓고, 부서진 걸 고치는 유닛입니다. 잘 알겠습니다, 명령을 내리시죠 — 그 말만 하다가 조용히 사라집니다.

노래로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가사는 전부 SCV가 실제로 하는 말에서 가져왔습니다. 새로 지어낸 문장은 거의 없습니다. 원래 하던 말을 순서만 바꿔놓으니 그대로 노래가 됐습니다.

후렴이 이렇게 나왔습니다. 부서진 건 다 고칩니다. 나를 고칠 사람은 없지만.

쓰고 나서 좀 뿌듯했습니다. 잘 나온 것 같았거든요. 그러고 나서 원본 음성 파일을 뒤지다가 이 대사를 발견했습니다. “I can fix anything, if this dang thing holds together.” 난 뭐든 고칠 수 있어, 이 망할 게 버텨주기만 하면.

제가 쓴 후렴과 같은 말이었습니다. 1998년에 이미 게임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엔 좀 김이 샜습니다. 내가 발견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으니까요. 그런데 곱씹을수록 그게 아니었습니다. 20년 전에 누군가 이미 이 기분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그 사람도 아마 야근을 했을 겁니다. 게임 안에 그런 대사를 넣어놓고 갔습니다. 그게 20년 뒤에 저한테 닿았습니다.

만들면서 실수도 했습니다. 처음 넣은 목소리는 SCV가 아니었습니다. 파일 이름에 SCV라고 적혀 있길래 당연히 SCV겠거니 하고 썼는데, 듣다 보니 톤이 영 이상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2 것이었습니다. 이름만 보고 믿은 겁니다.

화면 속 로봇은 발목이 반대로 꺾여 있었습니다. 작게 볼 때는 몰랐고 크게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대충 보고 넘어간 게 티가 났습니다.

다 고치고 나니 이 곡이 무슨 노래인지 알겠더군요. 남의 것만 고치다가 정작 자기는 못 고치는 이야기입니다. 만드는 내내 저도 뭔가를 계속 고치고 있었습니다.

노래는 채널에 있습니다. SCV를 아는 분이라면 후렴이 어디서 온 말인지 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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