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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01

춤추는 사람이 안 나오는 춤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Dancing Fever」를 스페인어로 다시 불렀습니다. 「Fiebre de Baile」. 원곡이 영어라, 이번에는 영어에서 스페인어로 옮긴 셈입니다.

이 곡은 제가 예전에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서 남미 쪽 분들이 유독 좋아해 주셨던 노래입니다. 그 채널은 지금 없습니다. 지금 채널에 다시 올려도 그때 같은 반응은 없고요. 그래도 그 시절이 자꾸 생각나서, 늦었지만 스페인어로 다시 불러서 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문제부터 말하면, 이건 춤 노래인데 영상에 춤추는 사람이 한 명도 안 나옵니다. AI가 춤추는 몸을 못 그리기 때문입니다. 팔다리가 뭉개지고 손가락 개수가 맞지 않습니다. 몇 번 해보고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열기를 다른 것으로 그렸습니다. 벽에 비친 그림자, 무릎 아래로만 보이는 발, 흙바닥에서 이는 먼지, 광장 위에서 흔들리는 전구 줄. 춤추는 사람을 안 보여주고 춤이 일어나고 있는 자리만 보여줍니다. 못하는 걸 억지로 하는 것보다 이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주인공도 두지 않았습니다. 컷이 바뀌면 얼굴이 다른 사람이 되는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습니다. 이길 수 없으면 피하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화면이 따라가는 건 사람이 아니라 장소와 시간입니다. 새벽 안데스 능선에서 시작해 시장, 발코니에 널린 빨래, 해가 기울며 색이 바뀌는 벽, 밤의 광장을 지나 다시 새벽으로 돌아옵니다. 하루입니다.

라틴 아메리카를 그리면서 제일 조심한 건 클리셰였습니다. 플라멩코 드레스, 챙 넓은 모자, 선인장, 해골 분장 — 하나도 넣지 않았습니다. 넣으면 편하지만 그건 제가 아는 곳이 아니라 엽서에서 본 곳이니까요. 대신 전구 줄, 밀려나 비어 있는 플라스틱 의자, 그늘에 누운 개를 넣었습니다.

실패도 있었습니다. "벽에 그림자들이 춤춘다"고 시켰더니 배낭 멘 사람들이 출근하는 그림자가 나왔습니다. 두 컷이 똑같이 그랬습니다. "춤춘다"는 말로는 안 되고 "팔을 들었다"고 써야 나오더군요. 소금사막에 하늘이 통째로 비치는 컷은 세 번 다시 만들었습니다. 41컷 중 6컷을 다시 그렸습니다.

소리 쪽에서도 하나 놓칠 뻔했습니다. 완성본이 원곡보다 16초 짧게 나왔는데, 반주와 새로 부른 보컬의 샘플레이트가 달라서였습니다. 귀로는 못 잡았고, 길이 숫자를 보고 알았습니다.

원곡도 채널에 있습니다. 그때 들어주셨던 분들께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춤을 안 보여주는 춤 노래가 말이 되는지 알려주세요.

이 글에 대한 의견은 유튜브 댓글이나 Steam 토론판에 남겨주세요. 유튜브 @HerniDedalvs 에서도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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